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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자, 임신

착상전 태아의 질환을 미리 알수 있을까?

임신 전에 태아의 유전적 질환을 미리 알 수 있을까요?

아이를 원하는 많은 난임 부부들은 일단 임신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겠지만, 가능하면 태어난 아이가 아무런 유전적 질환이 없이 건강한 아이로 잘 컸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것입니다.

특히 부부 중 한 명에게 유전적 질환이 있거나, 이전에 태어난 아이에게 유전적 질환이 있었거나 하는 경우였다면 다음 임신 전에 이러한 질환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은 너무나 간절할 것입니다.

또한 남자아이를 원하는 부부도 있고 반대로 여자아이가 태어났으면 하는 부부도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소망들이 현재의 의학적 기술로 가능할까요?



착상 전 유전자 진단 (PGD)와 착상 전 유전자 선별검사 (PGS)

착상 전 유전자 진단 (PGD; Preimplantation Genetic Diagnosis), 그리고 착상전 유전자 선별검사 (PGS; Preimplantation Genetic Screening)이라는 기술은 이와 같은 바람을 어느 정도 해결해 줄 수 있습니다. 다만 이와 같은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체외수정 (시험관 시술)을 통해 수정된 배아를 얻어내야 가능합니다.

착상 전 유전자 진단 (PGD)는 이미 부부 또는 이전에 태어난 아이에게 알려진 유전자 질환이 있을 경우에 다음에 태어날 아이에게 이와 같은 유전자 질환이 없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혈우병 같은 경우 유전자에 이상이 있는데 염색체 자체는 겉으로 봐서는 이상이 없습니다. 만약 부부 중 한 명에게 혈우병이 있다거나 첫째 아이에게 혈우병이 있었을 경우에 다음에 태어날 아이는 혈우병이 없도록 해 주는 방법입니다. 

착상 전 유전자 선별검사 (PGS)는 부부나 이전에 태어난 아이에게 이전에 문제가 없었더라도 임신 전에 배아의 염색체 23쌍의 수적, 구조적 이상을 진단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21번 염색체가 3개인 다운증후군이나 X 염색체가 2개인 클라인펠터 증후군 같은 게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만 40세인 산모라면 다운증후군 아이를 임신할 확률이 1/70 정도이며, 만 45세인 산모라면 그 확률이 1/5까지 증가하기 때문에 이러한 방법을 고려해 볼 수도 있습니다.




착상 전 유전자 진단과 착상 전 유전자 선별검사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두 기술은 모두 체외수정 (시험관 시술)을 통해 수정된 배아를 얻어야 진행이 가능합니다. 과배란 유도와 난자채취를 통해 얻어진 여러 개의 난자는 연구실에서 남편의 정자와 수정되어 배아가 되며, 수정된 여러 개의 배아는 점차 2세포기 -> 4세포기 -> 8세포기 -> 상실기 -> 포배기로 진행합니다.



이 때 8세포기 이상 진행이 되었을 때 각 배아마다 하나의 세포를 떼어 내어 이 세포에서 검사를 진행합니다.

착상 전 유전자 선별검사 (PGS)는 이 세포에서 23쌍의 염색체의 구조적 이상을 진단하는 방법입니다. 다운증후군이나 클라인펠터 증후군, 에드워드 증후군과 같은 염색체의 수적, 구조적 이상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착상 전 유전자 진단 (PGD)는 이미 알려진 유전질환이 있는 유전자 부위를 검사하여 그 이상 여부를 확인합니다. PGD는 PGS보다 좀 더 복잡한데, 일단 알려진 유전질환이 있어야 하고, 그 유전자가 어떠한 것이며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아야 하고 얻어진 배아에서 그것을 어떻게 진단할 수 있는지까지의 기술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시행할 수 있는 병원이 몇 개 없으며, 시행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또한 PGD의 경우에도 모든 유전질환을 검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법적으로 보건복지부에서 고시한 154개 유전질환에 대해서만 검사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PGS의 목표는 구조적으로 염색체의 모양에 이상이 없는 배아만을 이식하는 것이고, PGD의경우는 기존에 가족 내에 알려져 있던 염색체나 유전자의 이상이 없는 배아만을 이식하여 태어날 아이에서 알려진 유전질환을 방지하는 것입니다.

착상 전 유전자 진단과 착상 전 유전자 선별검사를 하면 아이에게는 아무런 이상이 없나요?

착상 전 유전자 진단 (PGD)나 착상 전 유전자 선별검사 (PGS)를 한다 하더라도 아이에게 유전적으로 100% 문제가 없다고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모자이시즘 (Mosaicism)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간단히 얘기하면 우리의 몸이 유전적으로 서로 다른 세포들로 구성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원래 인체는 하나의 난자와 하나의 정자가 수정된 배아로부터 분열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의 유전정보가 모두 같아야 하지만, 세포분열 과정 중에 어떠한 하나의 세포의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하였을 경우에 정상 세포는 정상 세포로 계속 분열하고, 돌연변이가 일어난 세포는 계속 돌연변이가 일어난 상태로 분열하게 되므로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의 유전정보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특정 돌연변이가 있는 세포들이 특정 부위에 모이게 되면 모자이크 모양처럼 신체의 일부 부위에 돌연변이 세포가 존재하게 됩니다.

PGS를 하는 배아는 대개 8세포기 ~ 포배기에서 검사하게 되는데, 검사하는 세포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더라도 다른 세포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얘기하면, 하필 떼어낸 세포에 돌연변이가 일어나 있었다면 나머지 부분에는 이상이 없음에도 나머지 전체 세포에 유전적으로 이상이 있었다고 잘못 진단하게 될 가능성도 있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임상적으로 거의 문제가 없을 아주 미세한 결실과 같은 이상이 나왔을 경우에 배아이식을 해야 하냐 말아야 하냐의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PGD의 경우에도 기존에 알려졌던 유전자의 이상에 대해서만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므로, 다른 유전자의이상이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였을 경우 이를 사전에 알 수 없습니다.


PGS나 PGD를 통해 배아이식을 하였다 하더라도 임신초기에 융모막 검사나, 임신중기에 양수검사를 통해 유전적으로 이상이 없는지 다시 확인을 해 보아야 합니다.

착상 전 유전자 진단 또는 착상 전 유전자 선별검사를 통해 성감별도 가능한가요?

사실 이러한 기대를 가지고 난임 클리닉을 방문하는 부부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물론 기술적으로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46, XY (남아)의 염색체]


착상 전 유전자 선별검사시에는 다음과 같이 염색체 23쌍의 수적, 구조적 이상을 모두 알 수 있기 때문에, 마지막 23번째 염색체가 XX (여아)인지 XY (남아)인지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남아를 원한다면 XY인 배아만을 자궁내로 이식해 주면 되고, 여아를 원한다면 XX인 배아만을 자궁내로 이식해 주면 됩니다.

하지만 남아 선호사상이 있던 우리나라는 이미 80~90년대에 초음파를 통한 성감별이 광범하게 이루어졌고, 그 결과 무수히 많은 여아들이 낙태를 통해 희생되었으며 국가적으로도 남녀의 성비가 120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현재 착상전 유전자 선별검사를 통해 성감별을 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물론 XXY (클라인펠터 증후군)이나 XO (터너증후군)과 같은 유전적 이상이 발견되었을 경우에는 그 결과를 알려주지만, 성염색체 이상이 없는 경우에는 단순히 남아인지 여아인지 여부는 담당의사에게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착상 전 유전자 진단의 경우에도 그 질환이 성염색체와 관련되어 있는 유전질환을 제외하고는 성염색체에 대한 정보는 알려줄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아들 또는 딸을 낳을 목적으로 우리나라에서 PGS를 해 봐야 소용없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성감별이 금지되어 있지 않은 다른 나라에서 착상 전 유전자 선별검사를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미국이나, 이탈리아, 멕시코, 태국과 같은 곳입니다. 다만 임신에 성공하기까지 수만 달러에서 십만 달러가 넘을 수도 있는 시술 비용과 체류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면 말입니다.



감수: 이응석 난임 산부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