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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 그것이 알고싶다

시험관시술_난포를 키워라, 과배란 유도!

이번에는 시험관 시술 (체외수정)의 첫 과정인 과배란 유도에 대해 알아볼 텐데요, 보통 시험관 시술을 하는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과배란 주사를 맞는다는 얘기를 들어보셨을겁니다. 바로 그 과정을 말합니다. 


배란유도? 과배란 유도?

글자 하나 차이지만 이 둘은 완전히 다릅니다. 그 이유는 바로 ‘목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배란유도를 간단히 요약하면 ‘자연임신’이나 ‘인공수정’ 시에 배란이 되지 않는 여성에서 난포가 자랄 수 있도록 먹는 약이나 주사를 쓰는 것을 말하며, 과배란 유도는 ‘시험관 시술 (체외수정)’에서 고용량의 배란유도 주사를 써서 한 번에 ‘여러 개’의 난포가 자라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너무 여러 개의 난포가 성장하게 되면 쌍둥이 이상의 다태 임신의 가능성이 발생하게 되는데, 자연임신이나 인공수정 시에는 이를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너무 여러 개의 난포가 성장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하지만, 시험관 시술 시에는 여러 개의 난포가 성장하더라도 넣어주는 배아의 개수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죠. 

이렇게 여러 개의 난포를 자라게 하는 이유는 최대한 많은 배아를 확보하여 배아이식 후에 남은 배아는 냉동 보관하였다가, 이번에 임신이 되지 않았을 때 다음 주기에 난자채취 과정 없이 냉동배아 이식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는 이번에 임신이 되었더라도 둘째를 원할 때 난자채취 과정 없이 냉동배아 이식을 할 수 있습니다.

즉, 배란유도의 목적은 자연임신이나 인공수정 시에 1~2개의 난포가 잘 자랄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고, 과배란 유도의 목적은 시험관(체외)시술에서 여러 개의 난포가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이 둘은 목적이 완전히 다릅니다.

그럼 시험관 시술에서의 과배란 유도 과정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과배란유도의 과정

과배란 유도의 과정은 인공수정의 배란유도의 과정과 크게 다르지는 않으며, 사용하는 약제의 종류도 거의 동일합니다. 하지만 사용하는 약제의 용량과 방법에 있어서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과배란 유도의 과정은 크게 '장기요법'과 '단기요법' 이라는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합니다. 물론 '저자극요법'이나 '자연주기법'이라는 방법들도 시험관(체외)시술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해 저자극요법이나 자연주기법은 과배란유도라기 보다는 인공수정과 같은 목적으로 배란유도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초장기용법'이나 '미세용량 섬광용법' 등의 방법들도 있지만, 방법도 어렵고 최근에 잘 사용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다루진 않겠습니다. 단기요법과 장기요법이 현재 시험관(체외)시술의 과배란유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이며 특히 점점 단기요법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1) 단기요법 (Short Protocol)
현재 과배란 유도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방법입니다. 명칭은 이전에 사용하던 장기요법에 비해 과배란유도의 기간이 짧기 때문에 붙여진 것으로 영어로도 Short Protocol이라고 하는데, 난임 의사들이 사용하는 다른 용어로는 성선자극호르몬 길항제 요법 (GnRH antagonist protocol), 또는 줄여서 Antagonist protocol 이라고도 합니다.

일단 단기요법은 생리 3일째부터 병원에 방문하여 초음파를 확인한 후에 매일 복부의 피하지방에 과배란유도 주사를 맞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대개 관습적으로 생리 3일째부터 시작하지만 생리 2~5일 사이 아무 때나 시작해도 큰 관계가 없다는 문헌도 있습니다.

 

[배란유도 (단기요법)의 한 예]

과배란유도 주사의 용량은 여성의 나이와 난소기능, 이전 주기에서의 반응 등을 고려해 결정하게 되는데 배란유도 때보다 훨씬 고용량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위의 그림에서 보시는 것처럼 동시에 여러 개의 난포가 자라게 됩니다. 

물론 난소기능이 매우 감소되어 있다면 아무리 높은 용량을 써도 1~2개밖에 자라지 않을 수 있고, 다낭성난소증후군 같이 난소기능이 매우 높아져 있는 경우에는 중간정도의 용량만 써도 수십개의 난포가 자랄 수도 있습니다.

며칠 후에 다시 병원에 방문하여 초음파로 난포크기를 측정합니다. 
아직 우성난포 (위의 그림에서 큰 원 안에 들어있는 작은 원 중 가장 크기가 큰 원)의 크기가 충분히 커지지 않았다면, 다시 우성난포의 크기가 원하는 크기에 도달할 때까지 1~2일 간격으로 병원에 방문하여 초음파로 난포의 크기를 측정합니다. 

우성난포의 크기가 어느 정도 커지면 조기에 배란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배란억제 주사 (GnRH antagonist)를 같이 투여합니다. 

우성난포의 크기가 원하는 크기에 도달하면 당일 저녁에 배란주사를 맞고 이틀 후에 병원에 방문하여 난자채취를 하게 됩니다. 

난자채취를 통해 얻은 난자는 남편의 정자와 수정을 시켜 배아를 생성하며, 난자채취 약 3~5일 후에 이렇게 생성된 배아를 자궁내로 이식합니다. 이 과정을 ‘배아이식’이라고 합니다.

반응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개 첫 주사를 맞기 시작한 날부터 배아이식의 과정까지 2주 정도가 걸립니다.



2) 장기요법 (Long Protocol)
단기요법보다 먼저 쓰이기 시작한 방법으로, 이 명칭은 단기요법에 비해 과배란유도의 기간이 길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입니다. 영어로도 Long Protocol 이라고 하는데, 난임 의사들이 사용하는 다른 용어로는 성선자극호르몬 작용제 요법 (GnRH agonist protocol), 줄여서 Agonist protocol 이라고도 합니다.

일단 장기요법은 생리가 예상되는 시점 1주 전부터 병원에 방문하여 배란이 되었는지 확인한 후에, 매일 복부의 피하지방에 성선자극호르몬 작용제(GnRH agonist)를 주사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생리주기가 28일인 여성이라면 생리 21일째부터 주사를 시작하게 됩니다. 이 주사의 목적은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성선자극호르몬을 억제하여 생리초기부터 난포가 조기에 성장하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배란유도 (장기요법)의 시작]

1~2개의 난포가 생리초기부터 조기에 성장하게 되면 다른 난포들이 충분히 성숙하기 전에 난자채취를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시험관 시술의 목적은 많은 난자를 채취해 충분한 수의 배아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물론 너무 많은 난포가 자라면 난소 과자극 증후군이라는 부작용이 생기므로 적정 범위에서 많은 난자가 자라게 해야 합니다.

성선자극호르몬 작용제를 맞는 중에 생리가 시작되면, 생리 3일째부터 병원에 방문하여 초음파를 확인한 후에, 매일 복부의 피하지방에 과배란유도 주사를 추가로 맞게 됩니다. 최근에는 이 날부터 성선자극호르몬 작용제의 용량을 줄여서 맞는 방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며칠 후에 다시 병원에 방문하여 초음파로 난포크기를 측정합니다. 아직 우성난포 (위의 그림에서 큰 원 안에 들어있는 작은 원 중 가장 크기가 큰 원)의 크기가 충분히 커지지 않았다면, 다시 우성난포의 크기가 원하는 크기에 도달할 때까지 1~2일 간격으로 병원에 방문하여 초음파로 난포의 크기를 측정합니다

장기요법의 경우 성선자극호르몬 작용제 주사가 배란억제 주사 역할을 하므로, 중간에 따로 배란억제 주사를 맞을 필요는 없습니다. 우성난포의 크기가 원하는 크기에 도달하면 당일 저녁에 배란주사를 맞고 이틀 후에 병원에 방문하여 난자채취를 하게 됩니다. 

역시 난자채취를 통해 얻은 난자는 남편의 정자와 수정을 시켜 배아를 생성하며, 난자채취 약 3~5일 후에 이렇게 생성된 배아를 자궁내로 이식합니다. 

반응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개 첫 주사를 맞기 시작한 날부터 배아이식의 과정까지 3주 정도가 걸립니다.


과배란유도 주사의 종류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배란유도 주사 종류는 크게 FSH 단일주사와 FSH-LH 혼합주사로 나뉩니다.  

과배란 유도시에 대개는 FSH 단일주사로 시작하여, 필요하면 중간에 FSH-LH 혼합주사를 추가하는 방법을 많이 쓰고 있지만, 방법은 환자에 맞춰 의사마다 다른 방법을 쓰기도 합니다. 루베리스 (Luveris)라고 LH 만으로 이루어진 주사도 있는데 보통 FSH 단일주사와 함께 쓰게 됩니다.



배란억제 주사의 종류

조기배란을 억제하는 배란억제 주사는 성선자극호르몬 길항제와 작용제로 나뉘는데요, 명칭은 알 필요가 없고 어떤 약물들이 해당하는지는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단기요법에는 성선자극호르몬 길항제가 쓰이는데, 세트로타이드, 가니레버, 유레릭스, 오가루트란이 있으며 장기요법에 쓰이는 성선자극호르몬 작용제에는 데카펩틸이 있습니다. 

배란주사의 종류
난자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난포 터지는 주사로 불리는 배란주사를 맞는데요, 약물명으로는 오비드렐, IVF-C, 코리오몬, 프레그닐 등이 있습니다. 배란억제 주사에 속하는 데카펩틸은 단기요법 시에 난소 과자극 증후군을 예방하려는 목적으로 배란주사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나는 어떤 요법이 맞을까? 
그렇다면 난임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장기요법과 단기요법 중 어떤 방법을 사용할 지 어떠한 기준으로 선택을 하게 될까요? 장기요법과 단기요법은 각각 장단점이 있습니다.



위의 장단점을 고려해 환자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하게 되는데요, 사실 단순히 장기요법과 단기요법이라고 구분했지만 여기에도 무수히 많은 응용 방법이 있기 때문에 이전 병원에서 쓰던 방법과 다르다거나, 같은 의사가 이전에 쓰던 방법과 다른 방법을 쓴다고 하여 너무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참고로 요즘 추세는 점점 장기요법보다 단기요법이 많이 선호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주사를 맞는 기간이 짧아 상대적으로 환자의 불편이 덜하기 때문입니다. 


감수: 이응석 산부인과 난임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