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달후에 가이드

난자 동결 기술이 발달하게 된 시발점은 사실 소아암의 생식세포 보존을 위함이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를 진행하게 되면 생식세포들이 거의 소멸하기 때문에 미리 난자를 채취해서 얼려 놨다가 치료가 끝나고 성인이 되어서 임신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였죠.  

따라서 애초에 난자를 얼리는 ‘난자 동결'을 하는 이유는 암이나 백혈병과 같은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하는 여성들이 난자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보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만혼 여성이나 늦은 출산에 대비하기 위해 난자를 얼리는 경우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유명한 연예인들 중에서도 난자를 동결했다는 소식도 간간히 보도되면서 관심이 더욱 증가하고 있죠. 

난자동결에 대한 궁금증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Q. 난자 동결을 하기 위해선 어떤 과정이 필요한가요? 

동결할 난자를 채취하기 위해 과배란 유도제를 투여하고, 난자가 어느정도 크면 질초음파를 보면서 난자 채취를 진행합니다. 난자 채취용 바늘을 이용해 난소에서 난자를 흡입하며 수면마취 하에 진행되기 때문에 통증은 거의 없으며 마취 포함 약 10~30분 정도 소요됩니다. 기본적으로 난자채취 과정까지 난임부부의 시험관 시술과정과 동일합니다.

Q. 난자 동결 후 임신 성공률은 얼마나 되나요? 

현재 Vitrification (유리화) 이라는 방법으로 동결된 난자 하나가 이후 출생하는 아기까지 될 확률은 약 4% 정도입니다. 따라서 최대한 많은 수의 난자를 확보할 수 있다면 이후 임신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Q. 동결된 난자를 이용해 임신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난자를 동결보존 한 후에 이후 결혼을 하시게 되면, 얼려진 난자를 해동해 남편의 정자와 수정시킨 다음 수정된 수정란을 자궁으로 이식하게 됩니다. 자궁 내막 준비는 자연 배란에 맞춰 진행되기도 하고 경구 호르몬제를 사용해서도 조절할 수도 있습니다. 

Q. 난자의 최대 동결 보존 기간은 얼마나 되나요? 

시험관 시술을 하는 난임 부부에서 수정된 배아의 최대 동결보존 기간이 5년으로 정해져 있는 것과 달리, 난자의 동결 보존 기간 제한은 없습니다. (단, 배아동결의 경우에도 5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여성이 항암을 앞둔 암환자라면 보존기간의 제한이 없습니다.)

Q. 난자를 채취하면 폐경이 빨라지는 거 아닌가요?

아닙니다. 난자를 채취하는 것은 미래에 나올 난자를 미리 채취하는 것이 아니라 한번의 주기에 생성되는 여러 개의 난포들 중 퇴화될 난자들까지 모두 키워 채취하는 것이기 때문에 폐경시기에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Q. 난자 동결을 하면 안되는 사람도 있을까? 

원칙적으로 시험관 시술과 난자채취 과정까지 동일하므로 시험관 시술의 금기에 해당되는 경우 말고는 없습니다. 대개의 과배란 유도 과정에서는 고용량의 배란유도주사를 사용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수치가 아주 높게 증가합니다. (자연적인 배란의 경우 배란직전 에스트로겐 수치가 150~200 pg/mL 정도이지만 과배란 유도를 하여 많은 수의 난자가 자랐을 경우 수치가 수천 이상으로 증가합니다.)
따라서 여성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유방암 환자에서는 고용량의 과배란유도 주사는 금기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페마라라는 약제를 사용하여 여성호르몬을 증가시키지 않고 난자를 채취하는 방법이 있으며, 실제로 항암을 앞둔 환자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절대적 금기에 해당하는 사항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Q. 시술 및 동결하고 보관하는 비용은 대략 얼마정도 들까요?

혼인 후 출산을 위해 시험관 시술을 하는 경우와 달리 결혼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미래의 가임력 보존을 위해 난자만을 동결하는 경우는 의료급여 적용을 받을 수 없습니다.
현재 난임부부에서 시행하는 시험관 시술의 경우에는 2017년 10월부터 전면 의료급여화가 진행되어 일부 비급여 항목을 제외하고는 시술비용 전체에 대해 본인부담금 30%만을 내도록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급여 항목을 제외한 전체 시술비용이 200만원이라면 본인은 60만원만을 부담하게 됩니다.
또한, 현재 부부의 합산소득이 중위소득의 180% 이하에 해당되는 경우 본인부담금 30% 적용 외에 추가적으로 신선배아 1회당 110만원, 동결배아 이식 1회당 50만원의 추가지원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난자동결 시에는 이러한 혜택을 하나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진료비, 약제비, 시술비, 난자동결까지의 모든 과정이 비급여로 전액 본인부담을 해야 합니다. 또한, 가격이 급여화 되어 어느 병원에 가더라도 진료비와 시술비, 약제비, 초음파 검사 등의 비용이 정해져 있는 난임부부의 시험과 시술과 달리 모든 과정이 비급여 항목이기 때문에 각 병원에서 정해놓은 가격을 지불해야 합니다.

다만, 이 경우에는 난자동결까지의 과정으로 시술이 종료되기 때문에 배아이식에 들어가는 비용은 없습니다. 이후에 결혼 하신 후에 동결된 난자를 해동하여 남편의 정자와 수정시켜 배아이식을 받게 된다면 그 과정에서는 의료급여 적용 (본인부담금 30%)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감수: 이응석 산부인과 난임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