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달후에 가이드

난임, 그것이 알고싶다

3일 배아이식 vs 5일 배아이식 어느 쪽이 더 좋을까?

시험관 시술에 대해 찾아보면 ‘3일 배양한 배아를 이식했다’ 또는 ‘5일 배양해서 눈사람 배아를 이식했다’와 같은 후기를 볼 수 있는데요,

3일 배아와 5일 배아는 어떤 차이가 있으며 어떻게 정해지는 것인지 알아보겠습니다. 



3일 배아? 5일 배아? 그게 뭔가요?

시험관 시술을 시작하면 먼저 과배란 유도 주사를 맞아 여러개의 난자를 키운 후 난자채취를 하게 됩니다. 바로 이 난자채취를 하는 날이 '0일째 (Day-0)'가 됩니다.

채취된 난자들은 실험실 내에서 남편의 정자와 수정시켜 배아를 만들게 됩니다. 이렇게 수정된 배아들은 아래의 그림과 같이 계속 분열하게 되며, 이렇게 배아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을 배양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수정시킨 배아를 난자채취를 한 날로부터 3일 후에 자궁내에 배아를 이식하는 것을 '3일 배아 이식' 이라고 하며, 난자채취를 한 날로부터 5일 후 (포배기)에 자궁내에 배아를 이식하는 것을 '5일 배아 이식' 이라고 합니다.


3일 배아와 5일 배아의 차이점

모든 배아가 저렇게 포배기까지 잘 발달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다음 단계까지 진행할 확률은 점점 낮아집니다. 대신 포배기까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배아 하나당 임신율은 증가합니다.
1998년 유럽 생식의학회지에 발표된 한 논문을 보면 수정된 배아가 3일째까지 살아남을 확률은 약 70% 입니다. 반면 5일 배아까지 발달할 확률은 약 46%입니다. 

반면, 5일 배아 하나당 임신율은 3일 배아에 비해 더 높습니다. 2006년 의학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NEJM이라는 저널에 발표된 논문에서 35세 이하의 여성에서 1개의 3일 배아 (Cleavage embryo)와 1개의 5일 배아 (Blastocyst)를 이식했을 때의 임신율을 비교하였습니다.



5일 배아 1당 임신율 (38.7%)이 3일 배아 1당 임신율 (26.1%)보다 유의미하게 높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5일 배아까지 살아남을 확률은 낮지만 5일까지 살아남은 배아는 배아이식을 하였을 경우 1당 임신율은 3일 배아보다 유의미하게 높습니다.

물론 같은 3일 배아나 5일 배아라 하더라도 배아의 등급에 따라 임신율이 달라집니다. 2007년 미국 생식의학지에 발표된 논문을 보면



배아의 등급에 따라 같은 3일 또는 5일 배아를 이식한다 하더라도 임신율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배아를 몇 개 이식할 것인가?

배아를 많이 이식할수록 비례해서 임신율이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배아 1개를 이식할 때 임신율이 40%면 2개 이싱하면 80%, 3개를 이식하면 100%? 라는 식으로 말이죠.

하지만 사실 이식하는 배아의 개수를 늘린다고 해서 비례하여 임신율이 올라가지 않음은 물론 쌍둥이 이상 임신 (다태임신)의 비율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배아를 2개 이식한다고 해서 임신율이 2배로 늘어나지는 않는 반면, 쌍둥이 이상 다태임신의 비율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각 나라에서는 임신율과 다태임신율을 고려해서 이식할 수 있는 배아의 개수를 정해놓고 있습니다.


Fig 1. 2015년 10월 제정된 국내 체외수정 배아이식 개수 가이드라인


3개 이상의 배아를 이식할 경우에는 임신율의 증가는 거의 없는 반면 쌍둥이 이상 임신의 비율이  높아져 일반적으로 권유하고 있지 않지만, 고령 여성에서는 임신율의 증가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어 우리나라에서도 만 35세 이상 여성에서는 3~4일 배아를 3개까지 넣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3일 배아와 5일 배아 중 어느 것을 이식하는 것이 좋은가?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3일 배아와 5일 배아 이식을 선택하는 데에는 여러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환자의 나이, 현재 아이의 수, 배아의 등급, 배아의 개수 등등.

예를 들어 여성의 나이가 많고 난소기능이 감소하여 채취되는 난자와 수정되는 배아의 개수가 매우 적다면 5일까지 배아가 생존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3일 배아 이식을 하게 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반대로 나이가 젊고 난소기능이 좋아 채취되는 난자와 수정되는 배아의 개수가 매우 많지만 쌍둥이를 원하지 않는 경우라면 5일 배아이식 1개를 하여 임신율을 높이면서도 쌍둥이 임신의 확률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1개의 배아 이식만을 한다 하더라도 일란성 쌍둥이의 확률은 낮지만 여전히 존재합니다.)

따라서 3일 배아를 할 것인지, 5일 배아 이식을 할 것인지 - 그리고, 배아의 개수를 몇 개 이식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담당 난임의사 선생님과 자세한 상의 후에 결정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물론 보험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국내 배아이식 가이드라인 개수 내에서 시행하여야 합니다.

상당히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수: 이응석 산부인과 난임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