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달후에 가이드

상황별 임신 Q&A

이번에는 무사히 넘어갈까, 습관성유산

3회 이상 유산을 겪은 경우를 습관성 유산이라고 부르며, 전체 임신 중 1% 미만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회 유산의 확률은 15%인데, 첫번째 유산과 두번째 유산 간에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면 2회 연속 유산될 확률은 약 2.3%이며, 3회 연속 유산될 확률은 약 0.34%정도에 불과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3회 연속 유산될 확률이 1%에 조금 못 미치는 것으로 봤을 때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의 유산이 완전한 독립적인 사건이 아닌 어느 정도의 상관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반복적으로 유산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따로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에 대한 연구도 꾸준히 진행되어 왔습니다. 최근 미국 생식의학회 (ASRM)에서는 3회가 아닌 2회만 자연유산이 되었을 경우에도 습관성 유산이라고 하자는 의견도 나온 상태입니다.



연구마다 원인별 비중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평균적으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원인불명'입니다.

검사를 해 봐도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다는 얘기죠. 물론 여기에는 유산의 가장 중요한 원인인 '나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인불명’에 포함된 여성의 나이가 증가할수록 유산율도 증가합니다. 만 40세가 넘으면 유산율이 거의 50%에 이르고, 만 45세 이상에서는 대부분 유산이 된다는 결과가 나오는데 이는 나이가 들수록 난자의 염색체나 유전자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고령의 여성 나이를 제외한 다른 원인으로는 자궁기형, 내분비질환, 항인지질항체증후군 및 혈전성향증, 잘못된 생활습관이 있습니다.


1) 자궁 기형

1988년 미국 불임협회 (The American Fertility Society - 현 미국생식의학회)에서 분류한 자궁기형의 종류입니다. 자궁이 두 개인 중복자궁 (Uterine didelphys), 자궁내 공간에 막이 있는 격막자궁 (Septate uterus), 자궁근육층에 의해 자궁내 공간이 둘로 나눠진 쌍각자궁 (Bicornuate uterus) 등에서는 유산율이 증가합니다.

# 검사

자궁기형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자궁난관 조영술(나팔관 조영술, HSG)' 이라는 검사가 필요합니다. 단순한 초음파로도 어느 정도 의심할 수 있지만 보다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나팔관 조영술 검사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최근에는 3차원 입체초음파를 사용하여 보다 정확하게 진단을 할 수도 있습니다. MRI를 촬영한다면 굉장히 높은 확률로 진단을 할 수 있지만, 단순히 자궁기형의 확인 목적으로는 보험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 치료
자궁 사이가 막으로 가로막혀 자궁이 마치 두개로 보이는 듯한 ‘격막자궁’은 격막을 제거해주는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쌍각자궁 (Bicornuate uterus)나 중복자궁 (Uterine didelphys)같은 경우에는 아직 뚜렷한 치료방법이 없습니다. 쌍각자궁에서도 '자궁성형술'라는 수술로 자궁 내강을 가로막은 근육층을 제거할 수 있지만, 수술 후에 뚜렷하게 유산율이 감소하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 외에도 자궁기형은 아니지만 자궁내막을 침범하는 자궁근종(점막하 자궁근종)이 있을 경우, 역시 자궁경으로 제거하여 임신율 향상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2) 내분비 질환

유산과 관련된 가장 대표적인 내분비질환은 당뇨와 갑상선 질환, 특히 갑상선기능 저하증입니다.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 당뇨의 경우 유산율이 증가하는데, 당화혈색소(HbA1c) 수치가 7.5% 이상인 여성에서 유산의 확률이 4배 증가한다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당화혈색소 수치가 증가하면 선천성 기형의 확률도 증가하게 됩니다.

반복적으로 유산이 되었던 여성의 경우 정상 산모에 비해 갑상선기능 저하증이 있었던 비율이 2배가량 높았습니다. 특히 임신중에 갑상선기능 저하증을 치료하지 않았을 경우 유산의 확률이 60%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 검사와 치료

당뇨과 갑상선기능 저하증은 모두 임상증상과 혈액검사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당뇨가 있는 여성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경구 혈당강하제를 사용할 수 있지만, 일단 임신이 확인되면 인슐린 주사 치료를 통해 혈당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갑상선기능 저하증 여성의 경우 레보싸이록신 (Levothyroxine, 신지로이드)이라는 갑상선 약을 복용하여 갑상선호르몬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3) 항인지질항체 증후군 및 혈전성향증

항인지질항체 증후군(APS, Antiphospholipid Syndrome)은 아주 간단히 설명하면 우리 몸의 세포막의 인지질에 대한 항체를 형성하여 염증반응을 일으키고 혈전의 위험성이 증가하는 질환입니다. 더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혈전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질환’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항인지질 항체가 존재하게 되면 혈전의 위험이 증가하게 하는데요, 임신 초기에 이미 혈전의 위험이 증가한 상태에서 항인지질 항체가 존재하게 되면 혈전의 위험이 더욱 증가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임신 초기에 태아로 가는 혈류에 형성된 혈전으로 태아로의 혈류가 차단되면서 유산의 위험성이 증가하게 되는 것이죠.

어쨌든 이러한 항인지질항체 증후군 산모는 유산의 위험이 매우 증가한다는 점만 알아두시면 되겠습니다. 사실 항인지질항체 증후군 외에도 항트롬빈 III 결핍, 단백질 C, 단백질 S 결핍과 같은 선천성 혈전성향증 또한 혈전의 위험성을 매우 증가시켜 유산의 위험을 높이는 원인이 됩니다.

# 치료

항인지질항체 증후군으로 진단이 되었을 경우, 임신 초기부터 저용량의 아스피린을 매일 1알씩 복용하고, 헤파린이라는 항혈전 주사를 매일 맞음으로서 혈전의 형성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저용량 아스피린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약 75~100mg짜리로 보통 어르신들이 뇌졸중 예방을 위해 먹는 용량입니다. 해열제로 쓰이는 고용량의 아스피린은 아니라는 점 주의해주세요.

2018년 1월 1일부터는 항인지질항체 증후군, 선천성 안티트롬빈 결핍, 또는 임신 전 2회 이상 정맥혈전색전증을 경험한 산모는 임신이 확인된 시점부터 임신시간 내내, 그리고 분만 후 6주까지 혈전생성 예방목적으로 저용량 아스피린과 헤파린 주사를 급여(보험)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아스피린과 헤파린 주사는 혈전을 예방하는 대신 출혈의 위험이 증가하므로 분만 전후로는 잠시 끊어줘야 합니다.


4) 염색체 이상

부부의 염색체 또는 유산된 태아의 조직에서 염색체 검사를 통해 염색체 이상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태아에서 다운증후군으로 알려진 21번 염색체 이상, 에드워드 증후군으로 알려진 18번 염색체 이상, X 염색체가 하나만 있는 터너증후군, 그리고 16번 염색체 이상 등은 습관성 유산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염색체 이상은 유전적인 것보다는 돌연변이에 의해서 발생하므로 부부의 염색체에 이상이 없다고 해서 다음 임신된 태아의 염색체에 이상이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산모의 나이가 많을수록 분열과정에서 돌연변이에 의한 염색체의 이상이 발생할 확률이 증가합니다.

물론 유산된 태아의 염색체에 이상이 있다 하더라도 다음 임신시 태아의 염색체에 이상이 있을 확률은 15% 정도입니다. 따라서 반드시 부부 또는 유산된 태아의 염색체 검사를 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약간의 논란이 있습니다. 하지만 젊은 여성이 반복적으로 유산이 된다면 염색체 검사를 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 검사

착상전 유전자진단 (PGD)은 부부중의 한 명에게 알려진 유전병이 있거나 첫째 아이에게 유전질환이 있을 경우 다음에 임신될 아이에게 알려진 유전질환이 생길 가능성을 방지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다만, PGD는 모든 유전질환을 검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법적으로 보건복지부에서 고시한 154개 유전질환에 대해서만 검사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착상전 유전자선별검사 (PGS)는 기존에 알려진 유전질환이 없다 하더라도 구조적으로 염색체의 모양에 이상이 없는 배아만을 이식하는 것입니다. 물론 PGD든 PGS든 성염색체와 관련된 유전질환이거나, 성염색체에 이상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성별은 알려주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5) 생활습관

의학적인 질환들 외에도 일상 생활에서 유산의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다른 원인들이 있습니다. 항상 등장하는 술, 담배, 카페인, 비만 등이 바로 그것들입니다.

담배가 백해무익한 물질인 것은 다 알지만 유산율도 높이는데요, 담배의 니코틴 성분은 태반으로 가는 혈류를 수축시키고, 일산화탄소는 태아에게 공급되는 산소를 감소시킵니다. 흡연은 혈전의 위험성 또한 증가시킵니다. 하루에 반 갑(10개피) 이상의 흡연을 하게 될 경우 유산율이 약 1.5~2배 정도 증가합니다.

술도 일주일에 5~7잔 이상의 음주를 하게 될 경우 유산율이 증가하며, 하루에 2~3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는 경우에도 역시 유산율이 약 1.5~2배 정도 증가합니다. 비만도 마찬가지. 체질량지수가 30kg/m2가 넘는 고도비만 여성의 경우 역시 유산율이 약 1.5~2배 정도 증가합니다. 비만 역시 혈전의 위험을 증가시키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습관성 유산의 진단방법과 치료방법을 하나의 표로 정리하면서 마치겠습니다!




감수: 이응석 산부인과 난임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