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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땐 바로 병원으로!

임신 초기, 갑자기 피가 나왔어요

임신 6-7주, 소량의 질출혈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질출혈이 발생하면 덜컥 겁부터 나고 유산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배가 아프지 않고 소량의 질출혈만 있는 경우에는 대부분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렇다고 모든 산모에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닙니다.
임신 중 모든 기간동안 늘 조심하라고 말씀은 드리지만, 특히 임신 초기에는 유산에 대한 주의를 더 주곤 합니다. 임신 초기는 태아의 장기들이 많이 형성되는 시기로, 방사능이나 약물에 취약하고 초기에는 적지 않은 수에서 유산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유산(Abortion)은 자연유산(Spontaneous abortion)을 말합니다. 원치 않은 임신으로 아기를 지우는 시술인 인공유산(임신중절)과는 다른 의미입니다.

그리고 유산은 당시의 산모의 상황에 따라서

- 절박유산(Threatened abortion)
- 불가피유산(Inevitable abortion)
- 계류유산(Missed abortion)

등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유산이란?

유산에 대한 정의는 몇 가지 있지만, 임신 20주 이전에 분만이 진행되거나 혹은 아기 체중이 500g 미만일 때 임신이 종결되는 것을 뜻합니다. (23~24주 이후 400-500g에 태어난 아기도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알맞은 정의는 아니긴 합니다.) 특히 3번 이상의 유산이 있는 경우, 반복적 임신 소실이라고 하며(Recurrent pregnancy loss, RPL), 두 번 혹은 세 번 이상 연달아 유산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추가 검사를 고려합니다. 유산의 위험이 높은 임신 초기에 질출혈이 일어나면, 처음 임신을 한 산모들 뿐 아니라 이전의 유산 경험이 있는 산모들에게도 엄청난 걱정거리입니다. 질출혈이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임신 20주 이전에 자궁경부가 닫혀 있고, 피나 혈성 분비물(bloody discharge)이 보이면, 임상적으로 절박유산(Threatened abortion)이라 부릅니다. 이는 생리 예정일쯤 발생하는 착상혈(Implanatation bleeding)과는 구별해야 합니다. 절박유산을 겪는 여성의 1/4 정도는 수일~수주까지 질출혈이 지속되기도 합니다.

절박유산에서 아기의 초음파로 심장박동을 확인하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태아의 심장박동을 확인하면 일단 한시름 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절박유산에서의 출혈은 임신 결과를 예측하는데 중요하고, 절박유산의 절반 정도는 유산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기의 초음파상 심장박동이 확인되는 경우 유산의 확률은 현저하게 낮습니다. 따라서 질 출혈이 있더라도 초음파에서 아기 심장박동이 있다면 한시름 놓으셔도 됩니다.



절박유산에서 유산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대게 피가 나기 시작하면서, 쥐어짜는 것 같은 아랫배 통증, 골반 압박감을 동반한 지속적인 허리 통증, 치골 윗부분이 계속 불편한 증상 등이 수 시간에서 수일동안 동반됩니다.


임신초기 출혈(절박유산)에는 치료방법이 없을까?

안타깝지만 “이것을 이용하면 해결됩니다!!”라고 말씀드릴만한 치료방법은 없습니다. 무리하지 않고 누워 쉬는 것을 권유하며, 직장이나, 개인적 사정으로 침상안정이 쉽지 않은 경우에는 입원을 권유합니다. 황체호르몬 결핍으로 인한 유산 및 반복유산이 일어날 수 있어서 유산방지 주사를 투약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부적인 치료방법은 담당선생님마다 다를 수 있으며 충분한 상의 후에 결정 하셔야 됩니다. 그리고 난임 치료 중인 분들과는 치료방침이 다소 다를 수 있습니다.


유산이 되는 빈도



생각보다 임신확인 이후 출산으로 이어지는 빈도가 낮습니다.
유산 확률에 대해서도 조금 알려드리면, 임신이 확인되었을 때 12~15%는 4~20주 사이에 유산을 하게 됩니다. 임신 확인 전 유산되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2~3배 정도로 늘어나게 됩니다. 확률로만 보면 출산하기가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유산 중에서 대부분(60%)은 임신 확인 전에 임신이 종결되므로 대부분 여성분들은 유산인지도 모르고 지나게 됩니다. 대부분의 유산은 8주 이전에 발생하고, 12주가 지나면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유산율은 증가하게 됩니다. 특히 40살이 넘은 경우에는 유산율이 34-52%로 알려져 있습니다.
빨리 결혼하고 빨리 아기 낳으라는 뜻이 절대 아닙니다. ‘나이가 들어서 아기를 낳으려고 한다면의학의 도움을 받을 확률이 조금 더 높다’라는 걸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럼 12주 혹은 20주까지 유산을 걱정하며 덜덜 떨어야 하느냐?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외래진료 때 초음파로 아기를 관찰하게 되는데, 6주경쯤 심장박동이 확인되면 유산의 위험이 매우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12~15%에서 3~5%로 감소)



난황주머니가 보이고 아기가 성장함에 따라서 유산율은 점차 낮아집니다. 아기집(임신낭, 태낭)이 보이면 조금 더 안심해도 되고, 난황이 보이면 조금 더 안심해도 되고, 아기 심박동이 보이면 조금 더 안심해도 되는 것이죠.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주수가 늘어날수록 안정기에 들어가는 겁니다.


임신초기 유산이 반복되면?

출생아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조금 바뀌지만, 2~4번의 임신에서 유산이 되었을 때 다음 임신에서 유산이 될 위험은 26-45% 정도입니다. 다시 반복될 위험이 낮지는 않아서 유산이 반복되면 여러 가지 검사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속상하게도 절반 이상의 여성들은 유산의 원인을 확인하지 못합니다. (원인이 확인되면 원인에 맞는 치료를 하게 되지요.) 그래도 다행인 점은 원인을 찾지 못한다 하더라도 적지 않은 분들이 자연임신에 성공하거나 혹은 보조생식술로 임신을 한다는 사실입니다.


당부하고 싶은 말!

일단 임신 검사에서 두 줄이 나오면 산부인과 병원을 1~2주 내로 방문하세요. 꼭이요!!! 아기집이 보여도 아기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 심장박동이 보일 때까지 (혹은 12주)까지는 소식을 소중히 간직하세요. 만약 주변에 천천히 임신 소식을 알리는 지인이 있다면 ‘왜 임신한 사실을 숨겼냐!’ 하며 구박하지 마세요. 임신 초기 출혈이 계속 있고 배가 아프면 반드시 산부인과를 방문하세요.
피가 계속 나는 게 아니고, 배가 계속 아픈 게 아니라면 꼭두새벽에 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유산이 되어도 그 유산에 대해 엄마의 잘못은 없습니다. 속상해하며 마음과 몸 모두 상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수: 추성일 산부인과 전문의 (포해피우먼 홈페이지 https://forhappywom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