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인데… 약 먹어도 괜찮나요?
산모에게 열이 나는 경우 열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므로 병원을 다녀오는 것을 권장합니다. 37.5-37.8도 정도의 미열이 있는 경우에는 물수건 등을 이용하여 겨드랑이, 얼굴, 목뒤 등을 문질러 주는 것이 해열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체온이 38.5도를 갑작스럽게 넘고 당장 병원에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상비약을 먹는게 도움이 됩니다. 해열제의 복용은 원인 파악 및 진단에 방해가 될 수 있으나, 체온이 고온으로 유지되는 경우 아기에게 위해가 되므로 가능하다면 39도를 넘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경우 타이레놀을 복용하는 것이 안전한 편이며, 집에 남은 여분의 항생제나 해열제(특히 소염진통제)는 절대 복용하지 마세요.
이 약 먹어도 되나요?
산모에게 약을 처방할 때 혹은 지인에게 연락이 왔을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인 것 같습니다. 문제가 있다고 명확하게 알려진 약이 아니라면 “대개 문제없이 괜찮습니다. 그리고 일정량이 아기에게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아기도 견뎌낼 수 있습니다”라고 우선 답변을 합니다. 그리고 해당 약물을 검색해보곤 합니다.
본인이 자주 사용하는 약물이 아니고 문제를 일으키는 약물로 공표가 되지 않은 이상 잘 모를 때가 있는데 늘 새로운 약은 발명되어 출시되고, 약에 대한 연구 결과도 새롭게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전부터 써오던 약이나 문제가 없던 약도 산모의 상황에 따라 복용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고,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새롭게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새로운 연구결과가 100% 맞는 것도 아니어서 또 바뀌기도 합니다.
다양한 이유로 ‘산모가 먹어도 되는 약’이라는 주제는 복잡하지만 매우 중요하고, 엄마와 아기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렵기도 합니다.
태아에 대한 위험성보다 산모 몸에 대한 유익성이 클 경우에만 사용을 권고!
약물 사용설명서를 보면 'SAFETY FIRST' 경고문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이러한 무책임한 설명을 해놓은 이유는 ‘A이면 B이고 B이면 C이다’와 같이 간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산모마다 임신 주수, 복용한 기간, 복용한 용량이 다르고 약이 흡수되어 아기에게 넘어가는 용량도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결과에 따라서 약을 몇 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하며 권고사항을 약품마다 정해 두었습니다. 분류는 연구 결과에 따라 변경되기도 합니다. 2015년부터는 분류법보다 더 자세한 내용을 약품설명서에 안내하고 있습니다.
FDA분류 Category B에 해당되는 약물은 상당히 사용하기 마음이 편한 축에 속하지만 ‘동물실험에서 문제가 없다’는 것이 ‘인간에게도 괜찮다’는 뜻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예로, 1957년 서독에서 판매된 입덧약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는 쥐와 토끼 등 실험동물에서는 심각한 부작용이 없었으나, 이 약을 복용한 산모에게서 사지가 없거나 짧은 신생아들이 태어났던 적이 있어서 입덧약으로 사용 금지된 상태입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항구토제 디클렉틴, 디클레지스라는 약은 같은 성분으로 1960-70년대 Bendectin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었는데, 당시 선천성 결함을 일으킨다는 주장으로 퇴출되었다가 안정성이 확인되며 다시 도입되었습니다. 하지만 추후에 또 어떻게 바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또한 약품 정보를 살펴보다 보면, ‘동물에게 XXmg/kg 사용하였는데, 어떠한 문제점이 생겼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들은 신뢰할 만하지만 동물 실험에서 안 좋은 결과들이 나왔다고 인간에게 꼭 유해한 것은 아닙니다. 인간의 아기에게도 똑같은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에 대해서는 밝혀져 있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해도 해당 약에 대해 면죄부를 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만큼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산모의 약복용은 조금 더 주의해서 정말 필요한 경우, 꼭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약물 분류 기준이 하나가 아니다?
약물을 분류할 때 미국 FDA 분류 뿐만 아니라 호주 ACPM(Advisory Committee on Prescription Medicines) 분류도 있습니다. A, B, C, D, X 의 5그룹으로 나눈 FDA 분류와 달리 ACPM 분류는 A, B1, B2, B3, C, D, X의 7 그룹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외에도 산모의 약물 사용을 알 수 있는 여러 곳이 더 있습니다.
많은 약물들이 FDA와 ACPM의 분류가 비슷하지만, 미국 FDA에서는 C, 호주 ADEC(ACPM)에서는 A로 분류한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과 같이 분류가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게다가 타이레놀의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은 2016-2017년에 안전성과 관련해 산모가 복용했을 때 아이 자폐증이나 ADHD를 유발한다거나 아들의 성 발달을 억제한다는 등의 많은 부정적인 소식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산모가 열이 나는 경우에는 아세트 아미노펜(타이레놀)이 가장 유용하고 안전하게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편입니다. 산모가 열이 39도 이상에서 장시간 동안 유지되면 심각한 합병증 (예를 들면, 아기에게 관절 굽음증(arthrogryposis))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열을 잘 조절하는 게 중요합니다.
약 복용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산모에게 열이 발생할 때 여건이 된다면 바로 병원에 내원해서 진료를 받으시는 것이 가장 좋겠습니다.
감수: 서울보라매병원 추성일 산부인과 전문의 (포해피우먼 홈페이지 https://forhappywom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