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있다면?
당뇨병, 갑상선질환, 고혈압 및 천식 등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장기간 약재를 복용하기 때문에 임신에 대한 두려움이나 고민이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임신을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알아보겠습니다.
만성 질환자가 복용하는 약, 임신 후 무조건 끊어야 할까?
임신 중 약물 복용은 뱃속의 태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만성질환을 앓는 산모 중 상당수가 임신을 이유로 약재의 복용을 자의적으로 중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임의로 약재를 중단하는 것은 질환을 악화시키거나 더 나쁜 산과적 예후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뇌전증(간질)을 앓는 여성이 임신 중 약을 끊으면 발작 위험이 올라가서 오히려 임신부도 위험하고 태아의 뇌 손상 위험도 올라가게 되죠. 따라서 무작정 약을 끊기 보다는 임신 전 약재를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임신 중이라도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약재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같은 성분의 약재라도 복합제제보다는 단일제제가 임신 중 태아 기형 발생 위험률에 미치는 영향이 적게 나타납니다.
당뇨, 고혈압을 앓고 있다면?
임신 전부터 당뇨병이 있던 산모는 태아 기형 예방을 위해 철저한 혈당 조절이 필수입니다. 혈당이 높을 때 임신을 한다면 아이의 심장, 신경관 등에 이상이 생길 위험이 건강한 임신부보다 최고 5배 올라갑니다. 따라서 일단 혈당을 낮춘 뒤 임신 계획 단계부터 다른 질환을 앓는 여성보다 엽산을 많이 섭취해야 합니다.
기존에 먹던 약을 바꿔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젊은 당뇨병 환자에게 주로 처방하는 혈당강하제는 태반을 통과해 태아에게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태반을 통과하지 않는 주사약 인슐린을 임신 계획 단계부터 사용하며 혈당을 조절해야 합니다.
또한 임신 전부터 고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태아에게 안전한 약으로 바꿔야 합니다. 고혈압약 중 'ACE inhibitor' 또는 'ACE receptor blocker'는 임신 중 양수 감소증을 유발해 태아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을 만큼 치명적입니다. 임신을 모르는 상태에서 고혈압약을 먹었다면 임신 초기에 다른 약제로 바꿔야 하며, 임신 계획이 있을 때부터 태아에게 안전한 고혈압 약으로 바꾸는 것이 가장 안전하겠죠. 이상지질혈증 약물을 복용 중인 여성은 임신 전 또는 임신이 확인되었을 때 부터라도 약을 중단해야 합니다.
자가면역질환을 앓고 있다면?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루프스(신장·폐·신경 등 전신에 염증을 만드는 질환)를 앓는 여성이 염증 반응이 심할 때 임신하면 유산 위험이 높습니다. 따라서 임신 전에 염증 수치를 낮춘 뒤, 태아에게 위험이 적은 약을 복용해야 합니다. 대한 류마티스 학회에 따르면, 류마티스 관절염 임신부의 경우 미리 임신준비를 하지 않은 사람의 유산 비율이 준비한 사람의 3배 이상이라고 합니다. 루프스의 경우 임신 자체로 병이 악화되기는 하지만 계획 임신을 하면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습니다.
뇌질환·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면?
뇌전증이 있으면 태아의 신경관 결손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임신 전 엽산을 다량 섭취해야 합니다. 약도 태아에게 영향이 적은 종류로 바꿔야 합니다. 우울증,조현병 같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더라도 약만 바꾼다면 충분히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습니다.
갑상선질환을 앓고 있다면?
갑상선호르몬 수치가 불안정할 때 임신하면 자칫 지능이 낮은 아이가 태어날 수 있기 때문에 갑상선호르몬 수치가 안정됐을 때 임신하는 것이 좋습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특별히 약을 바꿀 필요는 없지만, 갑상선기능항진증은 메티마졸 대신 프로필치오우라실로 약을 꼭 바꿔야 합니다.
만성질환자들이 안전하게 출산을 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임신 준비단계부터 적극적인 진료와 상담을 통해 안전한 임신과 출산을 계획해야 합니다. 건강한 모체에서 건강한 태아가 자랄 수 있으므로 만성질환 임산부라 하더라도 무조건 약재 복용을 중단하기보다는 전문의 상담을 통해 적합한 처방을 받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