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가 거꾸로 있다는데 괜찮을까요?
산모분들께 설명할 때 ‘아기가 거꾸로 있어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기가 거꾸로 있다는 것이 어떤 상태이며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거꾸로 있다는 데 무슨 말이죠?
위의 그림에서 아래쪽이 ‘산도’라면, 어느 쪽의 아기가 거꾸로 있는 아기일까요?
똑바로 앉아 있는 왼쪽의 아기가 거꾸로 있는 아기입니다. 오른쪽의 그림처럼 대다수의 아기들은 만삭이 되면서 머리를 아래쪽으로 향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왼쪽에 있는 아이가 거꾸로 있는 아기입니다.
하지만 머리가 아래가 있는 것이 옳고, 엉덩이가 아래에 있는 것이 틀리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거꾸로 있는 아이는 어떤 이유로 ‘거꾸로’ 있다고 말하는 걸까요?
아기가 뱃속에 있는 모습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지만, 글에서는 세가지로만 설명 드리겠습니다.
- 둔위 (Breech presentation) : 엉덩이가 아래쪽, 머리가 위쪽
- 두위 (Cephalic presentation) : 엉덩이가 위쪽, 머리가 아래쪽
- 횡위 (Transverse lie) : 가로로 누워 있을 때
둔위(臀位, Breech presentation)
둔(臀), Breech 라는 단어는 “볼기, 엉덩이”라는 뜻입니다. 즉 엉덩이가 머리보다 아래쪽에 있을 때 둔위 혹은 역아라고 말합니다. 거꾸로 있다고 표현하는 것은 많은 아기들과 다르게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산부인과에서는 완전둔위, 불완전둔위, FRANK BREECH로 조금 더 자세히 분류하기도 합니다.
대부분 두위로 머리가 먼저 나옵니다.
임신 2~3분기를 지나고 만삭이 다 되어갈수록 둔위인 아기들이 줄어들게 되고 만삭이 되었을 때는 거의 3~4%만 둔위를 유지하게 됩니다. 즉, 대부분의 아기는 만삭이 되면 두위 (head presentation)로 머리가 먼저 나오게 됩니다. ‘거꾸로 있으니 수술해야 하는 것 아냐?’라고 30주 초반에 걱정하는 것은 너무나도 이른 걱정일 수도 있습니다.
수술을 앞두고 돌아버린 아기
‘몇 주까지 아기가 돌 수 있나요?’라고 묻는 산모분들이 꽤 있었습니다. 전 항상 똑같게 답변합니다. 수술하는 당일까지도 바뀔 수 있습니다. 자연분만을 간절히 원하던 산모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기가 역위였기 때문에 수술을 하기로 했습니다. 수술 당일, 수술장에 들어온 배를 만져보며 아기의 위치를 다시 한 번 평가했는데, 이상하게도 ‘둔위’가 아닌 것 같아서 초음파로 확인하였습니다. 입원 후 초음파 보았을 때와 달리 아기 머리가 아래쪽에 있는게 아니겠어요. 산모에게 물어봤더니 전날 밤 태동이 엄청 심했었다고 했습니다. 결국 산모는 소원대로 자연분만을 하고 퇴원했던 기억이 납니다. 혹시 수술 전날 태동이 너무 심하거나, 배의 모양이 갑자기 달라졌다면 수술 직전에 초음파를 한번 요청해보는 건 어떨까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둔위의 아기가 제자리로 돌아갈 확률은 매우 낮다는 점도 기억해주세요.
거꾸로 있으면(둔위) 제왕절개 해야 하나요?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한 명의 아기를 임신한 경우 일반적으로 제왕절개를 권합니다. 둔위로 자연분만을 하게 되면 치명적인 결과를 나타낼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자연분만 시 양막이 파수 되면서 탯줄이 산도로 먼저 나오는 제대탈출(탯줄탈출증)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분만을 진행하다 보면 아기머리만 산도를 나오지 못해서 아기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으며, 드물지만 뼈의 손상, 신경의 손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쌍둥이의 경우 첫째 아기가 머리가 아래쪽에 있다면, 둘째가 둔위여도 자연분만을 시도해 볼 수도 있으나 숙련된 전문가에 의해서만 시행되어야 합니다. 정말 안 좋은 경우에는 첫째는 자연분만으로 출산하고, 둘째는 제왕절개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혹시, 머리만 지나가면 대부분 지나갈 수 있다고 들었던 기억이 있으신가요? 아기도 머리가 먼저 나오면 엉덩이가 걸리는 경우는 없지만, 엉덩이가 먼저 나오면 머리가 걸릴 수 있습니다.
감수: 추성일 산부인과 전문의 (포해피우먼 홈페이지 https://forhappywom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