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달후에 가이드

출산을 준비해요!

제왕절개 후 꿰매지 않고 접착제로 붙인다고?

제왕절개 수술 봉합에서 ‘피부 접착제’가 우수하다는 기사를 읽게 되었습니다. 저는 효과면 에서 큰 차이가 없고, 집도하는 사람에 따라서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놀라웠죠. 그래서 해당 논문을 찾아보았습니다.

2017년도에 한국에서 출산한 35만 8258명의 임신부 중에서 45%는 제왕절개로 출산하였습니다. 대략적으로 16만명이나 되는 산모들의 배에 흉터가 새롭게 생겼다는 뜻이죠. 이런 제왕절개 분만 시 수술한 부위를 꿰맨다는 이야기는 들어 보셨겠지만 접착제로 붙인다는 이야기는 생소하실 수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수술부위를 실로 꿰매지 않고, 접착제를 이용하는 경우가 꽤 있는데요, 이번에는 ‘접착제’를 이용한 봉합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수술장에 순간 접착제?

‘순간 접착제’는 시아노아크릴계 접착제를 흔히 부르는 이름인데요, 제가 자란 동네에서는 5초만에 붙는다고 일명 ‘5초 본드’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강력하다는 의미인데, 이렇게 강력한 접착력을 수술부위에도 사용하면 될 것이라 생각해서 ‘Dermabond’라는 이름으로 의료용 접착제가 출시 되었던 것이죠. 특히 갑상샘 수술이나 복강경 수술의 작은 흉터에서 많이 사용됩니다.


제왕절개 수술부위

아래 그림은 제왕절개시 피부 절개법입니다. 빨간색 점 찍힌 부위를 따라서 절개합니다.


요즘 시대에는 많은 수술법이 복강경으로 진행되고 있어서 흉터가 많이 작아진 편임에도 불구하고 제왕절개는 최소한 아기머리 크기인 10cm 정도는 절개가 필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흉터가 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꿰매야하는 범위도 넓고, 흉도 크게 지고, 상처와 관련된 합병증도 꽤 많이 발생합니다. 보통 꿰맬 때는 일명 '아메리칸 수쳐'라고 하는 연속 표피밀 봉합으로 꿰매게 됩니다.
하지만 기사에 나온 논문에 의하면 이러한 꿰매는 방법에 비해 접착제가 합병증이 더 적어서 좋은 것 같다라는 내용인데요, 논문 결과에 따르면 417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후향적 연구였으며 일반적으로 꿰매는 방법에 비해 상처 합병증이 적었고(5.3% vs 3.4%), 상처를 밴쿠버상처척도(Vancouver scar scale,VSS)로 평가했을 때 차이가 없었다라고 발표하였습니다.
쉽게 말하면 ‘순간접착제를 썼더니 상처합병증은 적게 생기고, 기존의 방법과 흉터는 거의 비슷했다’라는 뜻입니다.


그럼, 접착제가 좋은거네요?

논문마다 결과가 다르기 때문에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꿰매는게 빠르고 좋다고 발표한 논문도 있고, 접착제와 비슷하다고 말하는 논문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효과에 대해서 차이가 없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참고로 접착제 외에 호치키스(스테이플러)와 비슷한 의료용 스테이플러를 이용해 봉합하기도 하지만 ‘철도길’같은 흉터가 생기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잘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테이프로도 봉합이 가능하지만 잡아주는 힘이 크지 않기 때문에 제왕절개 수술부위에 단독으로는 쓰이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어떤 간단한 의료술기도 learning curve라는 것을 겪기 때문에 ‘담당해주시는 선생님이 가장 자주 이용하시는 손에 익숙한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늘 꿰매는 의사에게 ‘접착제로 해주세요’라고 하시거나, ‘접착제를 늘 이용하는 의사에게 꿰매주세요’라고 요청하게 되면 최상의 결과가 안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3-40주 동안 나의 상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담당의를 ‘봉합 방식’ 하나 때문에 바꾸는 것이 올바른 선택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혹시 꼭 원하는 봉합 방식이 있다면 ‘어떤 방법’으로 꿰매시는지, 원하는 방법으로 상처 봉합이 가능할지 문의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 최신 내용을 담으려 노력하였으나 의학 기술은 계속 발달하며 바뀔 수 있다는 점은 참고해주세요.


감수: 추성일 산부인과 전문의 (포해피우먼 홈페이지 https://forhappywom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