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산하기 위한 준비
인터넷에서 출산후기를 살펴보면, 산모분들은 고생한 시간들을 후기에 같이 적어두곤 합니다. 후기 글들에 적혀있는 24~48시간 동안 고생했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난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입니다. 산모들이 마지막으로 고생하는 분만과정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진정한 분만의 시작 3cm
난 엄청 아파 죽겠는데, ‘아직 시작도 안했다’고 말하는 의사선생님이 너무 밉지는 않으세요? 산부인과에서는 자궁경부가 3-4cm 이상 열려야 활성화기(Active phase)에 들어섰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3-4cm 이전의 시기를 잠재기(Latent phase)라고 부릅니다. 적절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지는 자궁경부가 3-4cm이상 열린 후부터 평가를 하기 때문에 이 때를 기점으로 한답니다.
그리고 3-4cm를 기준으로 무통주사를 놔주는 곳도 꽤 있는 것 같습니다. 무통주사를 놓게 되면 출산까지 걸리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을 고려해서 자궁경부가 3~4cm 열리기 이전에는 시행하지는 않는 병원도 있다는 점 참고해주세요.
10cm 가 되기 전…
모든 산모마다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정답은 없지만, 환자들에게 설명하는 일정한 기준은 있습니다. 적절한 속도로 자궁경부가 열린다면 3cm에서부터 10cm까지 걸리는 시간은 초산부는 4-6시간 정도이며, 경산부는 더 빠르게 진행됩니다. 평균적으로 초산부는 시간당 1.5cm, 경산부는 2cm 정도 열릴 것이라고 설명은 드리지만, 실제로 그렇게 열리지는 않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진통이 있는 동안 1-2시간마다 자궁경부의 변화를 평가합니다. 지속적으로 자궁경부에 변화가 없으면 ‘이상하다!’라고 생각하여 전반적으로 자궁 수축의 재평가를 하고 처치를 하게 됩니다. 평가에서 진통이 분만을 하기에 충분치 않은 경우에는 옥시토신을 사용하거나 용량을 증가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미 충분한 진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궁경부가 적절하게 열리지 않거나, 자궁경부가 완전히 열리기까지 한참 남았는데 아기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제왕절개를 고려합니다.
자궁경부의 열린 정도는 정밀한 자로 측정하는게 아니라 내진을 하면서 측정하기 때문에 내진소견으로만 제왕절개를 결정하지는 않고 아기의 상태, 산모의 상태와 담당의의 경험 등을 고려해서 결정하게 됩니다. 진통의 빈도는 10분에 3~5번 정도 강한 수축이 오면 적절하다고 평가합니다.
드디어 10cm 가 되었다!
아기들의 머리 크기가 다 다르고, 산모의 골반의 크기가 다를텐데 자궁경부가 10cm 열리면 다 열렸다고 말하는 것일까요? 자궁경부가 다 열렸다고 말할 때의 10cm는 물리적인 10.0000cm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만삭의 신생아가 통상적으로 통과할 만큼 넓게 벌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궁경부가 다 열리고 나면 본격적으로 힘주기(Pushing)를 시작하는데, 평소 유연하고 운동을 잘하시는 분들은 어렵지 않게 따라 하실 수 있습니다. 진통이 오기 시작하면 몸을 C 자 모양으로 둥글게 만들고 무릎을 당기면서 대변보듯이 힘을 주고, 진통이 사라지면 몸에 힘을 빼고 쉬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힘주기 과정 중에 대변과 소변이 같이 나오기도 하는데 의료진들은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패드를 갈아드리니 너무 부끄러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부끄럼을 잊고(비록 쉽지 않을지라도…) 힘 팍팍 잘 주고 순풍 낳는 것이 엄마와 아기를 위한 최선의 방법입니다. 자세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는데, 다니시는 병원에서 가장 많이 하는 방법으로 하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합니다.
자궁경부가 완전히 열리고 힘을 줘서 아기가 태어나기까지 초산부의 경우 1-2시간 정도, 경산부의 경우 30분~1시간 정도 걸리게 됩니다.
산모의 골반, 아기의 크기, 아기가 내려온 정도, 이전의 출산 경험에 따라서 2~3번만 힘주고 출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대로 아기가 산도를 따라 쑥쑥 내려오지 않으면 ‘난산’으로 진단하게 되고 역시 수술을 결정하게 됩니다.
2~3시간의 시간이 경과하였으나 아기가 내려오지 않는 경우 ‘난산’을 진단하게 되고, 무통주사를 받았던 산모의 경우에는 분만이 조금 느려지기 때문에 3-4시간 정도의 시간이 흘러야 진단하게 됩니다. 단순히 시간만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당시 아기와 산모의 상태를 보고 최종 결정하게 됩니다.
내진을 너무 자주합니다…
분만실에 있는 동안은 진통도 힘들지만, 내진도 많이 하기 때문에 산모에게는 심신이 힘든 시기입니다. ①자궁경부가 열린 정도 ②아기의 높이 ③자궁경부의 방향 ④아기의 머리 위치가 어떠한지 등을 계속 확인하고 평가하기 위해서 내진을 여러 번 하게 됩니다.
진행 속도가 느린 경우에는 수술을 결정하기 위해서 자주하고, 진행 속도가 빠른 경우에는 분만을 적절한 시점에 잘 준비하기 위해서 자주하게 됩니다.
드디어! 아기 머리가 보인다!
병원에 따라 다르고 가족 분만실에 있느냐 일반 분만실에 있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기가 어느정도 내려오고 머리가 보이기 시작해야 ‘진짜 분만’을 준비하게 됩니다. 가족분만실에 있다면 침대를 개조해서 분만에 편리한 형태로 고치고, 일반실에 있다면 ‘분만을 위한 분만실’로 옮겨지게 됩니다. 회음부 주변을 소독하고, 조금만 더 힘을 주면 아이가 뿅하고 나오게 됩니다.
아기의 머리가 보이지 않을 때에도 흡입분만을 통해서 분만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 힘주기를 할 때 아기를 조금 더 수월히 낳기 위해 배 위에서 자궁을 눌러주기도 합니다. 불편하긴 하지만 인위적인 흡입분만을 하지 않고 순산하는데 도움이 됩니다.배 위에서 눌러주다보면 드물게 갈비뼈 골절이 오기도 합니다.
아기 머리 고깔이 생겼어요ㅠ_ㅠ
양막이 파수되고 분만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리면 출산머리부종(산류, Caput Succedaneum)이라는 것이 생기기도 합니다.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크게 표시가 안 나지만, 심한 경우에는 모든 가족들에게 걱정을 끼치게 됩니다. 대부분의 아기들에게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흡수가 되게 됩니다. 출생 시점에 가장 컸다가 수시간에서 수일 후에 사라지게 됩니다.
부족한 정보만을 가지고 병원을 향하는 산모님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작성하였습니다. 이 글을 읽고 분만을 준비하는 모든 산모님 순산 기원합니다!!! 파이팅!!
감수: 서울보라매병원 추성일 산부인과 전문의 (포해피우먼 홈페이지 https://forhappywom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