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달후에 가이드

난임, 그것이 알고싶다

생리불순의 주범, 다낭성난소증후군

​여성분들이 산부인과를 방문하게 되는 가장 흔한 이유는 뭘까요?

보통 산부인과라고 하면 임신한 여성이 산전검사나 분만을 위해 찾는 것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데요,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산부인과에는 거의 대부분 배가 불러 거동이 힘든 여성이 찾는 장면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이런 인식이 사람들에게 각인되어 있는 편이죠.

하지만 의외로 여성들이 산부인과를 방문하게 되는 가장 흔한 이유는 임신 때문은 아닙니다.
가장 흔한 원인은 질염, 부정출혈, 그리고 생리불순 때문이죠.

질염은 말 그대로 염증이 발생한 것인데 부정출혈이나 생리불순은 왜 생기는 걸까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부정출혈과 생리불순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인 ‘다낭성난소증후군’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은 드문 질환인가?

다낭성난소증후군은 아주아주 흔한 질환으로 생리불순의 가장 흔한 원인입니다. NIH의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전체 여성의 6~10%가 이에 해당되고, 로테르담 기준을 적용하였을 경우에는 이보다 2배 정도에 해당하는 10~15% 이상이 다낭성난소증후군에 해당된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즉, 주변에 친구들 중 몇 명은 이에 해당될 것이라는 얘기죠.

다만 생리불순이 있어도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 있다면 본인이 다낭성난소증후군인지 모르고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많아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아래 통계도 보면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수가 5년 전에 비해 대략 2만명이 증가해 70%가 늘어났죠.




다낭성난소증후군을 간단히 요약하면 아래와 같이 설명할 수 있습니다.


1. 배란장애로 인해 생리불순과 부정출혈, 난임, 자궁내막암의 위험성이 증가하고

2.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해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의 위험성이 증가하면서

3. 남성호르몬의 증가로 인해 여드름, 다모증 등 피부질환에도 영향을 주는 복합적인 내분비 질환



진단 기준도 다양한데요, 가장 많이 쓰이는 로테르담 진단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초음파에서 다낭성난소의 모양이 보이면서 배란장애가 있거나

2. 초음파에서 다낭성난소의 모양이 보이면서 안드로겐 과다증이 있거나

3. 배란장애가 있으면서 안드로겐 과다증이 있거나


4. 셋 다 있거나

이럴 경우 다낭성난소증후군으로 진단을 하는 것이죠.



다낭성난소증후군 조건, 난소 모양

한 쪽 난소에 난포가 12개 이상, 또는 난소의 부피가 10
cm3 이상인 경우로 정의합니다.

난소 내에는 난포라는 난자를 둘러싸는 주머니가 여러 개 있는데, 난소 내에 너무 많은 수 (12개 이상)의 난포가 보일 경우에 이를 ‘다낭성난소’라고 하는 것이죠.

말 그대로 낭(난포)가 많다고 하여 이름이 다낭성난소입니다.

물론, 난포가 많지 않더라도 난소의 크기가 10
cm3 이상으로 커져 있을 경우에도 이를 다낭성난소라고 합니다. 물론 최근에는 12개 이상인 경우는 너무 흔해 25개 이상을 기준으로 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12개 이상을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낭성난소증후군 조건, 배란장애

대부분은 매달 한 번씩 배란이 일어나는데, 배란이 몇 달에 한 번씩 일어나거나 (희발배란)이나 아예 배란이 일어나지 않는(무배란)경우 다낭성난소의 진단기준에 해당합니다.

다만 배란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매번 프로게스테론이라는 피검사로 배란여부를 아주 정확히 확인할 수 없을 경우에는
1년에 생리가 8회 이하이거나 생리가 21~35일 사이의 규칙적인 주기가 아니라면, 배란장애가 있다고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지속적으로 배란이 되지 않으면 프로게스테론의 분비 없이 지속적으로 에스트로겐의 자극에 노출되는데 이 경우 자궁내막이 안정되지 못하고 불규칙하게 탈락하며 부정출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장기간 프로게스테론의 분비 없이 에스트로겐의 자극에 노출될 경우 자궁내막암의 발생확률이 증가합니다.


다낭성난소증후군 조건, 안드로겐 과다증

안드로겐 과다증은 남성호르몬이 증가된 소견이라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확인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 중 한가지만 해당하면 됩니다.

1. 임상적 안드로겐 과다증

다모증이 발생하는데 팔, 다리, 턱, 인중, 배, 등 부위에 털이 많은 것을 의미합니다. 신체 9부위의 털의 정도를 0~4점까지로 구분하여 더한 점수가 일정 점수 이상이면 다모증으로 진단하는데요, 인종별로 백인의 경우에는 8점 이상을 다모증, 우리 나라 등 동아시아 인의 경우에는 6점 이상이면 다모증으로 진단합니다. 여드름도 안드로겐 과다증의 한 현상이지만 진단기준 자체에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2. 생화학적 안드로겐 과다증

혈액검사로 남성 호르몬 수치가 높아져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입니다. 테스토스테론, 유리테스토스테론(free-testosterone), DHEA-S 등의 남성 호르몬 수치를 확인하게 되는데, 역시 인종별로 기준에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임상적 안드로겐 과다증 또는 생화학적 안드로겐 과다증이 있다면 안드로겐 과다증으로 진단합니다.

이렇게 위에서 말한 다낭성난소의 모양, 배란장애, 안드로겐 과다증 중 2가지 이상에 해당된다면 다낭성난소증후군으로 진단합니다.



다낭성난소증후군 때문에 암에 걸릴 수 있나?

다낭성난소증후군 여성의 경우 일반적인 여성보다 자궁내막암의 확률이 약 2.7배가량 증가하는데, 그 원인은 비만확률의 증가, 그리고 장기간의 무배란으로 인해 프로게스테론의 분비 없이 지속적으로 에스트로겐 단독의 자극에 노출되기 때문입니다.

자궁내막암은 원래 우리나라에서는 드문 암이었으나 현재는 10만 명당 6.1명 정도의 발생률을 보이고 있으며,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불과 3년만에 41.5%가 증가하는 등 최근 유병률이 급증하고 있어서 정기적인 검진 및 주의가 필요합니다.

참고로, '자궁내막암'은 '자궁경부암'과는 다른 암입니다. 국가 암 검진에 포함되어 정기적으로 건강보험 공단에서 세포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것은 '자궁경부암' 입니다. (가다실, 서바릭스 등도 자궁경부암 백신입니다.)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 바이러스의 감염에 의해 자궁경부 (자궁입구 부분)에서 발생하는 암이고, 자궁내막암은 에스트로겐 단독의 자극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자궁의 내막에서 발생하는 암으로 이름은 비슷하지만 두 가지 암은 기전이 완전히 다른 암입니다.

자궁내막암의 자궁경부암과는 달리 아직까지 조기발견이 잘 되지 않는 암이지만
다낭성난소증후군 여성이라면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초음파로 자궁내막을 확인하여 자궁내막암이 의심되는 증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청소년기의 다낭성난소증후군 진단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진단할 때 청소년은 조금 주의가 필요합니다. 위의 진단기준을 만족하더라도 청소년기에는 진단을 함부로 내려서는 안 되는데 청소년기에는 원래 생리가 불규칙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초경 후 5~7년까지 생리가 종종 불규칙하며, 특히 초경 후 첫 1년 내에는 85%, 초경 후 첫 3년 까지도 59%의 주기에서 배란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청소년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는 26~54%의 여성들에서도 초음파상 다낭성 난소의 모양이 관찰됩니다.

그래서 2010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개최되었던 제 3차 다낭성난소 합의(The 3rd PCOS consensus workshop)에서는 청소년기에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2년 동안 희발월경이나 무월경이 있어야 하고, 난포의 개수보다는 난소의 크기가 10cm3 이상인 경우, 그리고 생화학적으로 안드로겐 과다증이 증명된 경우에 다낭성난소증후군 진단을 붙이는 것이 좋겠다고 했습니다.

한 마디로 청소년기에는 성인과 달리 생리가 불규칙한 것이 흔하고, 다낭성난소의 모양도 많이 보이므로 성인과 똑같은 기준으로 진단을 하게 되면 과잉진단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청소년기에 다낭성난소증후군 진단을 내리는 것은 매우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다낭성 걸린 것도 억울한데 당뇨라니…

다낭성난소증후군은 복합적인 내분비 질환입니다. 내분비질환이라는 것은 호르몬의 영향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이라는 얘기죠.

다낭성난소증후군의 중요한 기전 중의 하나가 바로 '인슐린 저항성'인데요, 바로 2형 당뇨가 발생하는 원리로 인슐린에 대한 몸의 반응이 저하되어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결과로 비만, 고지혈증과 같은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으며 근육에서의 포도당의 이용이 저하됨과 동시에 혈당은 높아져 혈관병증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킬 확률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어떠한 질환인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겟습니다.


감수: 이응석 산부인과 난임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