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달후에 가이드

난임, 그것이 알고싶다

되돌릴 수 없는 난소 나이 그리고 성장호르몬

의사가 진료 중에 가장 힘들어하는 난임 케이스는 어떤 경우일까요?

남편의 정자상태가 좋지 않을 때?
커다란 자궁근종이 있을 때?
배란이 잘 되지 않는 다낭성난소 여성?
나팔관 양쪽이 모두 막혀 있을 때?

뭐 다 나름의 어려움이 있겠지만
아마 나이가 많은 여성, 또는 난소기능이 감소한 여성이 가장 어려운 경우 일 것입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난자의 개수도 점점 줄어들고, DNA의 변형이 올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임신율은 감소하고 유산율은 증가하는데다 일단 한 번 감소된 난소기능을 다시 회복시킬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난소기능의 감소는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난소기능을 측정하는 방법은 혈액검사, 초음파로 난포측정 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현재 가장 가장 정확도가 높고 널리 쓰이는 방법은 혈액검사로 AMH (Anti-Mullerian Hormone)이라는 호르몬을 측정하는 방법입니다. 흔히 '난소나이'라 불리는 바로 그 검사입니다.

유럽과 미국 생식의학회에서는 측정된 AMH가 1.1ng/mL 이하일 경우에 반응불량군 (Poor responder)이라고 정의하는데요, 과배란 유도 주사를 써도 난포가 잘 자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임신 성공률도 매우 낮기 때문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체외수정이 보험적용이 되는 조건 중의 하나가 AMH가 1.0ng/mL 이하일 경우가있죠. 그만큼 임신성공률이 낮으므로 체외수정을 통해서라도 임신을 시도하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2017년 이중엽 박사 등이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여성의 나이가 만 41~42세 정도에 이르면 평균적으로 AMH가 1.0에 이르게 됩니다. 만 40세 이상의 여성에게 적극적으로 체외수정을 권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난소기능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을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한 번 감소된 난소기능을 다시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마치 세월에 따라 나이를 먹는 것을 거스를 수 없는 것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감소된 난소 기능에서도 좀 더 양질의, 많은 난자를 얻어내고 임신율을 올리려는 여러 가지 시도들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널리 알려진 방법이 DHEA(Dehydroepiandrosterone)를 복용하는 방법과 성장호르몬 (GH, Growth Hormone)주사를 투여하는 방법이 있죠. DHEA는 먹는 방법으로 섭취할 수 있기 때문에 또다른 방법인 성장호르몬 주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성장호르몬 주사의 또다른 효능

원래 성장호르몬 주사하면 키가 심각하게 작은 아동이나 청소년에서 키를 크게 하려는 목적으로 쓰는 것을 먼저 생각하실 텐데요, 사실 성장호르몬은 그 외에도 여러 목적으로 다양하게 쓰이고 있지만 2017년 11월부터는 체외수정을 시행하는 여성에서도 성장호르몬을 쓸 수 있도록 허가가 되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체외수정 (시험관 시술)시에 성장호르몬을 쓸 수 있는 조건은

1. 만 40세 초과
2. 난소 예비능이 좋지 않은 과거력
3. 난소 기능검사 결과 기능저하


중 2개 이상을 만족할 경우에 투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본인부담율을 100%로 하고 있습니다.


정말 효과가 있는 걸까?

2009년 Human Reproduction Update라는 산부인과에서 가장 영향력 지수 (IF, Impact Factor)가 높은 저널에 실린 "Addition of growth hormone to gonadotropins in ovarian stimulation of poor respo nder treated by in-vitro fertilization: a systemic review and meta-analysis" 라는 논문을 보면 난소기능이 감소한 여성에서 체외수정에서 성장호르몬을 투여하였을 경우 약 16% 정도의 임신율 향상이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또한 2017년 영국 의학저널 BMJ (British Medical Journal)에 실린 "Single-centre retrospective analysis of growth hormone supplementation in IVF patients classified as poor-prognosis" 라는 논문에서는 체외수정을 한 만 40~44세 여성의 경우에 성장호르몬을 동시에 투여했을 경우 임신율이 13.8%, 성장호르몬을 투여하지 않았을 경우에 임신율이 6.0%로 성장호르몬을 투여했을 경우 뚜렷한 임신율 향상이 있었다고 보고했습니다.



체외수정을 하는 여성에서 성장호르몬의 기능은 채취되는 난자의 수를 증가시키는 것보다는 주로 난소에 작용하여 난소의 질(quailty)를 향상시켜 더 양질의 배아가 얻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사는 어떻게 맞나요?


성장호르몬 주사는 매일 복부의 피하지방에 맞게 됩니다. 대개 배란유도를 시작하는 날로부터 배란주사를 맞는 날까지 사용하게 되므로 1주기당 열흘 정도 사용하게 되지만, 시술하는 의사에 따라 사용방법과 용량은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1주일에 한 번만 맞아도 되는 성장호르몬도 있으므로 꼭 매일 맞지 않아도 됩니다.



감수: 이응석 산부인과 난임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