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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 그것이 알고싶다

시험관 시술의 부작용, 난소 과자극 증후군

시험관 시술 중에는 ‘난소 과자극 증후군’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데요, 만약 지금 시험관 시술 중이시라면 난자를 채취하기 전에 시술 동의서를 받을 때 한번쯤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난소 과자극 증후군, 왜 생길까?

시험관 시술을 시작하면 여러 개의 난자를 키우기 위해 고용량의 배란유도 주사를 맞게 됩니다. 자연적으로는 1~2개의 난자만 자라게 되지만 이렇게 고용량의 배란유도 주사를 맞게 되면 양측 난소에서 동시에 여러 개의 난자가 자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개의 난포들이 자라게 되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수치가 자연적인 배란의 경우에 비해 몇 배 또는 수십배까지 증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사이토카인(Cytokine)이라는 물질들이 분비되면 혈관의 투과성을 증가시키게 되는데요,

증가된 혈관의 투과성으로 인해 혈관 내에 있던 단백질이 혈관 밖으로 빠져나가게 되고, 삼투압에 의해 혈관 내에 있던 물은 혈관 밖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이렇게 빠져나온 물은 배 안에 고이게 되며, 이로 인해 복수(Ascites)가 차고 배가 불러오게 됩니다. 심한 경우 폐에도 물이 차는 흉수(Hydrothorax)가 발생, 호흡곤란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혈관에서는 물이 밖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혈관 내의 적혈구 및 기타 혈장성분의 농도가 높아지고 끈적해지면서 혈전의 발생위험이 높아지게 됩니다. 이렇게 혈관 내에 혈전이 발생하거나 다른 혈전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혈관을 막게 되면 극단적인 경우 폐혈관이나 뇌혈관을 막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증상들이 발생하는 것을 난소 과자극 증후군(OHSS, Ovarian Hyperstimulation Syndrome) 이라고 부릅니다.

다시 정리하면 난소과자극 증후군이란 고용량의 과배란 유도 주사의 영향으로


1. 혈관 내의 투과성이 증가하면서 혈관의 투과성이 증가하여 단백질과 물이 혈관 밖으로 빠져나오며,

2. 이로 인해 배 안에 물이 차는 복수 또는 폐에 물이 차는 흉수가 발생할 수도 있고,

3. 혈관 내에서 물이 부족해지며 혈전이 발생하여 혈관을 막게 되는 위험성이 있을 수도 있는 현상


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전체 시술 중 얼마나 발생하나요?

시험관 시술을 받는 전체 여성 중 유의미한 증상이 있는 난소과자극 증후군이 발생할 확률은 약 2~3%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아주 경미한 정도의 난소과자극 증후군까지 합치면 발생확률을 최대 20%까지로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난자 채취 후 언제 발생하나요?

난자 채취 후 빠르면 대개 3~7일내, 늦으면 10일 이후에 발견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이렇게 난자 채취일로부터 10일보다 빨리 발생하는 경우를 ‘빠른 난소 과자극 증후군’(early onset OHSS), 늦게 발생하는 경우를 ‘늦은 난소 과자극 증후군’(late onset OHSS)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빨리 발생하는 난소 과자극 증후군은 대개 과배란 유독시 사용한 과배란 유도 주사와 배란 주사의 영향에 의해 발생하며, 늦게 발생하는 난소 과자극 증후군은 대개 배아 이식 후 임신되었을 경우 체내에서 분비되는 임신호르몬의 영향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경우에 잘 생기나요?

여러 개의 난자가 자라서 에스트로겐 수치가 증가할수록 잘 발생하기 때문에 여성의 나이가 젊을수록 위험도가 증가합니다. 또 다낭성 난소증후군인 경우 난소 하나당 더 많은 난자가 자랄 수 있으며, 배란유도 주사의 용량을 높게 사용했을 경우 난자가 많이 자랄 수 있습니다. 대개 단기요법보다 장기요법이 자라는 난자의 개수가 조금 더 많습니다.


대표적인 증상은 아래와 같습니다.


1. 메스껍거나 구토가 있음
2. 복통
3. 배가 불러오고 바지가 잘 맞지 않음
4. 소변량이 감소
5. 호흡곤란


특히 소변량이 감소하거나 호흡곤란까지 온 경우는 중증의 진행된 난소 과자극 증후군의 확률이 높으므로 바로 병원에 내원해야 합니다.


난소 과자극 증후군에도 단계가 있나요?

증상과 검사결과에 따라 여러 단계로 구분하는데요, 자세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물론 증상만으로 진단하는 것은 아니고, 초음파상 복수의 양, 난소크기, 혈액 검사 결과, X-ray 결과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게 됩니다.



난소 과자극 증후군을 ‘예방’할 수 있나요?

사실 가장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듣기만 해도 무서운데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더 무서워서 시험관 시술을 결정하기 힘들겠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100%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예방이 충분히 가능한 합병증입니다. 의사마다 예방법은 다를 수 있지만 대략적인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카버락틴 복용

카버락틴(성분명 Cabergoline)이란 약은 고프로락틴 혈증의 치료에 쓰이는 약물인데요, 난소 과자극 증후군의 치료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고프로락틴혈증의 치료시에는 주 2회 복용하지만, 난소 과자극 증후군 치료시에는 난자채취가 끝나고 며칠간 매일 복용해야 합니다.

2. 배란주사의 종류를 변경

시험관 시술 시 난포의 크기가 어느 이상으로 자라게 되면 배란 주사를 맞고 이틀 후에 난자채취를 하게 되는데요, 이때 맞는 배란을 시키기 위해 맞는 주사, 흔히 환자분들이 난포 터지는 주사가 난소 과자극 증후군을 유발시킬 수 있습니다.

난소 과자극 증후군의 위험이 매우 높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오비드렐이나 IVF-C라는 배란주사 대신 데카펩틸이라는 주사로 대체하면 됩니다.

단, 데카펩틸이라는 주사를 배란 목적으로 사용하였을 경우에는 뇌하수체에서 나오는 황체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하여 난소에서 프로게스테론의 분비가 심하게 억제되기 때문에 배아 이식 후에 착상보조 목적으로 사용하는 프로게스테론 질정이나 주사의 용량을 높이거나 다른 약을 추가하여 사용해야 합니다.


3. 배아이식을 하지 않고 모든 배아를 냉동보관

만약 임신이 된다면 난소 과자극 증후군은 훨씬 더 오래 지속됩니다. 왜냐하면 앞의 그림에 나온 임신 중에 분비되는 hCG라는 호르몬이 지속적으로 세포핵에서 VEGF라는 물질의 분비를 증가시켜 혈관의 투과성을 증가시키고, 그 결과로서 복수가 차거나 혈전의 위험이 증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난소 과자극 증후군의 위험이 너무 높다고 판단되면 난자채취 후에 바로 배아를 이식하지 않고, 수정된 배아를 모두 액체질소에 냉동 보관하게 됩니다. 그리고 난소 과자극 증후군의 위험이 없어진 1~2달 후에 냉동된 배아를 해동하여 자궁 내에 이식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냉동배아 이식' 또는 '동결배아 이식' 이라고 합니다.



4. 난자 채취 후 배란억제 주사 사용

과배란 유도를 할 때 조기배란 억제 목적으로 사용하는 세트로타이드, 가니레버와 같은 배란억제 주사를 난자채취가 끝난 후에도 며칠간 사용함으로써 난소 과자극 증후군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배란억제 주사는 역시 VEGF의 발현을 억제함으로써 난소 과자극 증후군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 난소 과자극 증후군의 예방방법


사실 이런 방법들은 대개 1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가지 방법을 동시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난자가 30~40개씩 자라서 난소 과자극 증후군의 위험이 너무 높다고 판단되면 배란주사를 데카펩틸로 변경하고, 난자채취 후에 카버락틴도 복용하고, 배란억제 주사도 사용하면서 배아를 이식하지 않고 전부 냉동보관 시켰다가 다음달에 이식하는 등 여러 방법을 같이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치료 방법은?

물론 난소 과자극 증후군은 가능한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일단 발생하였다면 빨리 발견하여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행히 난소 과자극 증후군은 대부분 복통, 메스꺼움, 구토, 배가 불러오고 호흡곤란, 소변량 감소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쉽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1. 이온음료 복용

포카리스웨트, 파워에이드 등 편의점에서 쉽게 살수 있는 이온음료를 복용하는 방법입니다. 대개 하루에 1.5~2L 정도를 마실 것을 권장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난소 과자극 증후군이 발생하면 혈관에 있던 단백질이 빠져나가고 삼투압에 의해 물이 혈관 밖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혈관 내에는 수분이 부족하게 되며, 혈전의 위험이 높아집니다. 따라서 혈관 내 부족한 수분을 보충해 주려는 목적입니다.

여기서 물 대신 이온음료를 권장하는 것은 단기간에 맹물을 다량 섭취하게 되면 전해질의 균형이 깨질 수 있기 때문에 다량의 전해질을 포함한 이온음료가 좋기 때문이며, 다량으로 섭취해야 하기 때문에 물보다 먹기 수월한 장점도 있습니다.


2. 압박스타킹 착용

난소 과자극 증후군으로 끈적해진 혈액이 응고되면 혈전이 생길 확률이 높고 특히 혈류가 정체되는 다리 쪽에 잘 생기기 때문에 혈관에 적절한 압력을 가해줌으로써 혈류의 이동을 원활하게 해 주는 압박 스타킹을 추천 드립니다. 특히 활동량이 적은 임신 중이라면 혈전이 생길 확률이 높으니 더욱 신경을 써야 합니다.



3. 수액치료 및 알부민 주사

난소 과자극 증후군이 심해질 경우 먹는 이온음료만으로는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소변량이 감소한 중증 이상의 난소 과자극 증후군에서는 빠른 속도로 혈관에 수분을 공급하고 소변량을 증가시키기 위해 혈관으로 직접 수액을 공급합니다.

특히 혈액 내에 알부민 단백질의 농도가 매우 낮을 경우 삼투압에 의해 수분이 지속적으로 혈관 밖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혈관으로 직접 알부민 주사를 공급하여 수분이 더 이상 빠져나가지 않고 복수가 차지 않게 합니다.


4. 복수천자

역시 난소 과자극 증후군이 심해져 일정량 이상의 복수가 차게 될 경우 복부불편감 및 호흡곤란까지 올 수 있기 때문에 복수천자를 통해 물을 빼 증상을 호전 시킵니다. 암환자나 간경화 환자에서 하는 바로 그 복수천자와 같은 방법입니다.

5. 아스피린과 항혈전주사

혈전의 위험이 높다고 판단될 경우 혈전을 예방하기 위해 매일 저용량의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항혈전주사인 헤파린을 배에 맞기도 합니다. 주의하실 것은 해열제로 쓰이는 250~500mg짜리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안 되고, 뇌졸중 예방 목적으로 흔히 쓰이는 81~100mg 사이의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해야 합니다. 이미 혈전이 발생한 후에도 혈전을 없애기 위해 헤파린 주사를 쓸 수 있는데, 이 때는 예방목적으로 쓰는 경우보다 훨씬 더 고용량의 헤파린 주사를 맞게 됩니다.

치료도 예방과 마찬가지로 1가지 방법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을 동시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중증의 난소과자극 증후군이 발생하였을 경우 혈관으로 수액을 주입하면서 압박스타킹도 착용하고,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면서 헤파린 주사도 맞을 수 있습니다.

난소 과자극 증후군은 결국은 없어지게 돼 있지만 그 동안 환자들의 불편감을 최소화하고 위험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치료의 가장 큰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당히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수: 이응석 산부인과 난임 전문의